코로나 바이러스와 미세먼지로 더욱 길고 답답하게 느껴지는 겨울이었지만, 한낮의 햇볕이 따뜻하게 내리쬐고 해 저무는 시간이 늦어지는 것을 보면 봄이 왔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화사하게 차려입고 바깥바람 쏘이며 꽃구경 갈 생각에 벌써 마음이 설렌다.
하지만 겨우내 손꼽아 기다렸던 봄철이 의외로 우리 몸에는 상당한 부담이 되는 계절이기도 하다. 봄이 오면 하늘에는 따뜻한 봄바람이 불고, 땅에는 파릇파릇한 새싹이 돋으며, 인체도 그에 따라 반응하게 된다.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오는 환절기에 신체는 외부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생체 리듬에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면서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게 된다.
봄에 기온이 많이 올라가지만 심한 일교차와 강한 바람 때문에 적절한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피부, 근육 및 혈관 등의 수축과 이완이 잦아진다.
또한, 날이 길어지면서 각종 호르몬의 분비에도 변화가 있어 엔도르핀, 테스토스테론 및 에스트로젠의 분비가 증가하고, 이러한 변화로 인해 비타민과 단백질의 요구량이 증가하면서 신체에 부담되어 피로감을 느끼게 된다.
상대적으로 활동량이 적은 직장인들이나 학생들은 빠르게 변화하는 봄기운에 적응하지 못하여 나른한 피로감, 졸음, 식욕부진, 소화불량, 현기증 등의 신체적 부조화 현상을 느끼게 된다.
한의학적으로 봄기운이란 목기(木氣)를 말하는데, 봄의 따뜻한 양기를 받아 눌렸던 용수철이 튀어 오르듯 박차고 오르는 기운으로, 이는 봄을 영어로 'Spring'으로 표현하는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봄에는 상승하여 발산하는 목기가 강하기 때문에 신진대사가 활발해지고, 자연의 변화에 맞게 우리 몸이 재정비된다.
이때 질병을 피하고 건강하고 활기차게 생활하기 위해서는 봄에 상응하는 생활 수칙을 따르는 것이 중요하다.
한의학 서적인 <황제내경>의 '사기조신대론(四氣調神大論)'에서는 계절에 알맞은 생활 방법을 제시하고 있으며, 봄철 건강관리 방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춘삼월은 천지가 모두 생(生)하며 만물이 생겨나고 번영하는 시기이므로 밤에는 늦게 자고 아침에는 일찍 일어나서 천천히 마당을 거닐고, 의복과 머리를 느슨하게 하여 몸을 편안하게 하며, 마음의 뜻은 살리는(生) 것에 중심을 두어 생겨나는 만물에 대해서 그 생장을 도와주고 죽이지 않아야 하며, 남에게 주면서 빼앗지 말아야 하며, 상은 주되 벌은 주지 말아야 하니, 이것이 봄에 상응하는 양생의 도"라고 하였다.
이미 봄이 왔는데도 아침에 늦게 일어나고, 조급한 마음을 가지면서 지나치게 스트레스를 받거나 매사에 여유롭게 대처하지 못하고, 가족에게 짜증 내며 직장동료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것은 자연을 거스르는 것으로 모두 병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만물이 서로 격려하며 키워주는 계절에는 더욱더 가정과 직장에서 격려와 긍정의 기운을 주고받으면서 자연과 조화되게 생활한다면 봄철 피로를 쉽게 극복하는 것은 물론 건강하고 아름다운 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